영웅모집 - 리뷰

삼인 삼색의 영웅 조합으로 완성되는 매혹적인 덱 빌딩

영웅모집은 게임판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카드 조합 시스템과 쉬운 덱 빌딩으로 나만의 전략을 세워가며 빠져들 수 있는 게임이다. 규칙이 중요한 카드 게임인데도,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튜토리얼도 없이 바로 전투에 돌입해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첫 전투를 끝내자마자 절로 손뼉을 칠 수밖에 없었다. 가위바위보 규칙처럼 상식적인 불, 물, 풀 속성의 세 가지 색상을 기반으로 필드에 놓는 세 명의 영웅 카드를 어떻게 조합해 나갈지가 전투의 핵심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다. 한마디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게임이다.

카드마다 개별 비용을 부과하는 코스트 규칙에 익숙한 게이머인 내 입장에서, 직관적인 삼인 삼색의 영웅 조합 메커니즘은 생소하고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카드 게임을 농담 삼아 비문학 게임이라고 말하듯이, 이 장르는 방대한 정보를 읽고 계산하며 게임판을 풀어나가는 재미나 지적 성취감은 확실하기에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뒤따라오는 피로도를 감수해야 하고 무엇보다 친구들에게 선뜻 같이 해보자고 권유하기 힘든 장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웅모집의 특별한 메커니즘은 마치 가뭄에 단비처럼 다가왔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이전에 느꼈던 추천이 어려운 게임이라는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플레이어가 전투에서 고려할 정보를 색상으로 요약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전투는 게임판에 주어진 두 갈래 길 중 가장 유리한 길을 선택하는 일을 반복하는 과정이 기본적이며, 서로 다른 속성 카드를 1개씩 조합하여 스트레이트를 만들 것인지, 반대로 동일한 속성 카드 3장을 모아 트리플을 노려볼 것인지가 핵심이 된다. 덱 빌딩 로그라이크 특성상 카드 사이클을 효율화하기 위해 이전에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더 이상 쓸모없는 카드를 최대한 제거하는 덱 압축이 전략적으로 필요한데, 그러다 보니 카드 게임들을 즐기며 후반부로 갈수록 덱 빌딩에 큰 부담을 느낀 경우가 많았지만, 영웅모집의 덱 빌딩은 삼인 삼색 조합을 살리려면 속성마다 최소 3장의 카드는 남아있어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웠고, 모험에서 입수한 영웅 장비로 중독이나 범위공격으로 변화를 주거나, 틈틈이 등장하는 카드 합체, 강화 이벤트를 통해 도전적인 전략 운용이 가능하도록 집중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덱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퇴각 스킬을 갖춘 카드와 영웅 장비, 캐릭터 스킬을 즐겨 활용하곤 했는데, 퇴각으로 한 대 치고 빠지는 전략이 가능해지면서 카드 제거를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빠른 카드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었고, 후반부에 몬스터 처치 시, 처치한 카드를 해당 게임판에서 소멸시키는 치명적인 디버프에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다양하게 등장하는 영웅 카드마다 방어 속성이 다른 것도 눈여겨볼 부분인데, 차단 카드를 쓰다 보면 몬스터의 공격력에 비해 차단의 총합이 높을수록 들리는 맑은 타격음이 인상적이었다. 사소한 요소이지만, 이번 턴에 플레이어가 전략을 잘 세워서 잘 막아냈다는 만족감을 더하는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다만 획기적인 속성 조합 메커니즘과 덱 빌딩만큼, 로그라이크의 경험도 기대했으나 장르 특유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즐기는 나에게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덱 빌딩의 경험을 살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로그라이크의 특징이 다소 평이해진 느낌인데, 엔딩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번 도전하다 보면 탐험 맵이나, 갈림길 선택지에 큰 변화가 없다 보니 게임판을 뒤엎을만한 대박 혹은 쪽박 이벤트를 만나기 힘들었다. 그래서 탐험 도중에 실패하는 경우, 로그라이크라면 나쁜 운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운보다는 실력에 가까운 덱 빌딩이다 보니 3회차 정도에 보스 도전에 아쉽게 실패하고 나서부터 나의 덱 빌딩 실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반대로 보면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할 일이 비교적 적게, 안정적으로 카드 조합과 덱 빌딩을 즐길 수 있다. 무작위로 등장하는 유물과 영웅 카드, 장비, 소모품은 한 번의 모험이 끝나면 모두 수집된 것이 초기화되지만, 게임을 여러 번 진행해 나가면서 다음 모험을 개시할 때, 서로 다른 덱과 스킬을 가진 캐릭터와 최대 3개의 시작 유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점도, 처음 덱 빌딩 로그라이크에 도전하는 플레이어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평결

게이머에겐 친숙한 세 가지 색상의 속성을 토대로 직관적인 전투 시스템이 돋보이는 덱 빌딩 로그라이크. 무작위성으로 등장하는 사건이나 유물, 영웅 카드나 장비의 수가 한정적이기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극적인 경험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스킬을 갖춘 캐릭터를 개방하고, 시작 유물 조합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해 나가면서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도 부담 없이 한눈에 들어오는 덱 빌딩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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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모집

Gameplete | 2024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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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모집 리뷰

8
Great
직관적인 삼인 삼색 카드 조합과 쉬운 덱 빌딩으로 빠져드는 전략적 깊이의 참맛
영웅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