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방위군 6 - 리뷰

다양한 병과와 무기를 활용하여 지구를 지키는 로망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지구방위군 6의 매력은 어떤 적이 나타나도 모조리 섬멸하는 단순명료함에 있다. 외계 세력을 쫓아내기 전에 지구부터 남아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온갖 화기를 동원해서 싸우지만, 도와주는 아군이 전멸해도, 도시가 쑥대밭이 되어도, 심지어 민간인이 포격에 휘말릴지언정 미션에 실패하는 불쾌한 일은 없다. 이로 인해 게임플레이가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여러모로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쭙잖게 호위나 기지방어 같은 미션 유형을 늘리기보다는 군더더기 없이 작품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본다. 또한, 게임 외적으로 개발사의 여력에서 타협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구를 지킨다는 웅장한 명목이지만, 플레이어가 고민할 지점은 단순하다. 바로 생존과 모든 적을 도륙할 수단이다. 특히 게임 도입부부터 설명되는 인류의 상황은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지구방위군으로서 외계 세력에게 복수해야 하는 이유와 연결된다.

게임의 목표는 단순하지만, 전투는 다르다. 처음에는 수많은 적을 상대한다는 부분에서 코에이 테크모의 무쌍 시리즈와 비슷하다고 느꼈고, 해당 장르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일당백 플레이를 기대했다. 실제로 해보니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피격 시 무적이 없기 때문에 지구방위군의 주인공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처절하게 살아남는 쪽에 가깝다. 호기롭게 돌진했다가 다수의 적에게 산화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투의 주목적은 병과 캐릭터의 성장이다. 신중하게 적을 쓰러트려서 각 캐릭터의 체력인 ‘아머’를 강화하고, 다양한 ‘무기’를 입수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게임상에서 제공하는 총 4가지의 병과 중, 에어레이더는 이러한 게임 특징을 잘 반영한 병과라고 본다. 이번작의 수년 전 이야기를 그린 전작에서는 무전기를 활용하여 공군의 폭격으로 아군을 보조하는 병과였고, 싱글플레이보다는 멀티플레이에서 주로 활약하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이번작에서는 공군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전투용 드론을 사용한다는 설정 아래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다른 병과인 레이더나 윙 다이버에 비해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압도적인 화력의 위성병기나 폭격기, 특수병기를 활용할 수 있다.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장비하는 방식인데, 쉽지는 않지만 상황판단에 따라 전세를 뒤집는 플레이가 가능한 매력적인 병과다.

싱글플레이의 분량이 상당하기에 최대한 다양한 병과를 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멀티플레이는 오프라인에서 화면을 분할하여 두 개의 패드로 즐기는 모드도 있고, 온라인으로 최대 4명이 협력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다. 각각 병과와 선택한 무기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전작에서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세이브 데이터가 분리되어 멀티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게임을 진행해야 했지만, 이번 작에서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연결되게끔 개선했다.

이 게임은 스토리 스킵이 없으며, 모든 미션의 목표와 스토리는 음성으로 전달된다.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제약이 오히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게임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주기도 했다. 암울한 상황을 함께 돌파하려는 동료 프로페서와 상관들의 통신 외에도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유쾌한 노동요, 사용한 병기가 준비될 때마다 알려주는 담당 대원의 무전 등에 귀를 기울일 요소들이 산재하다. 자막이 아닌 우리말 더빙이라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 덤이다. 게임 속 음성에 스며들다 보면, 영웅으로서 플레이어의 역할에 무섭도록 몰입할 수 있다. 또한, 몰아쳐 오는 적들을 처치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프레임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지만, 게임의 스토리에 몰입하고 나니 연출적 허용으로 타협하게 되었다. 괴물의 팔다리와 포탄이 날아다니고 있는 전장의 현장감을 살리는 슬로모션으로 말이다.

이런 확실한 매력 속에서도 지구방위군6는 선뜻 손이 가는 게임은 아닐 수 있다. 특히 AAA 게임에 익숙해져 있다면 시대를 역행한 듯 투박한 그래픽을 보는 순간 당혹스러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벌레를 혐오한다면 추천하기 힘든 게임이다. 게임상 여러 곤충형 괴물이 등장하는데, 스스로 벌레 내성이 있다고 자신했지만 털이 뽀송뽀송한 거대 거미를 마주하니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문자 그대로 그로테스크한 괴물들이 쏟아져나오는 걸 보면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하지만, 화끈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평결

지구방위군 6는 전작 5편에서 황폐해진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절망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인류의 이야기다. 영화를 감상하듯 우리말 음성으로 전달되는 동료들의 통신과 일상대화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플레이어가 싸워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투박한 그래픽과 프레임 드랍, 그로테스크한 괴물 무리 등 호불호가 갈릴 요소들이 산재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병과와 무기를 활용하여 지구를 지키는 로망을 경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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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방위군 6

Sandlot (JP) | 2024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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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방위군 6 리뷰

8
Great
겉보기엔 투박한 B급 게임이지만, 우리말 더빙으로 스며드는 지구를 지켜야 하는 사명감에 몰입할수록 매력적인 전투와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다.
지구방위군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