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몬 - 리뷰

퍼즐과 플랫포머 액션에 처녀 귀신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양념을 뿌린 게임

나는 소위 말하는 ‘죽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내 돈과 시간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타입의, 편한 것을 추구하는 게이머다. 하지만 진짜로 조금만 더 하면 100% 클리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모두의 도전욕을 자극하는 게임에는 의욕이 불타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게임 언데몬도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게임을 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달았다.

언데몬은 1인 개발사인 WEST SUN에서 개발한 2D 플랫포머 게임으로, 2021년 PC(STEAM)로 발매되었던 게임을 닌텐도 스위치로 이식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억울하게 죽은 처녀 귀신이 되어, 자신이 죽은 이유를 찾고 복수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독특한 설정을 지녔다. 귀신이라는 소재와 약간은 기괴해 보이는 분위기와 아트 덕분에 공포 게임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퍼즐 요소가 가미된 순수한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다.

전체적으로 공포 분위기는 없지만, 이 1UP 아이템을 입수했을 때 웃는 표정만큼은 왠지 좀 섬뜩하다.

게임은 전형적인 레트로 스타일 2D 플랫포머 게임의 형태이며, 몰려오는 적들과 각종 트랩을 뚫고 열쇠를 찾아 문을 열며 진행하게 된다. 주인공인 루나는 귀신인 만큼 ‘은신’을 사용할 수 있는데, 적들은 특수한 물을 마시고 세뇌되어 귀신임에도 루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은신을 이용해 은신 상태로 적들에게 접근 후 스턴시켜야 공격할 수 있는 것이 여타 게임과 크게 구별되는 부분이다. 적을 해치우면 등장하는(또는 맵에 배치되어 있는) 영혼을 모아 몇 종류의 기술을 익힐 수 있으며, 하이 점프, 비행시간 증가나 불 내성 등 진행이 매우 편리해진다. 각 스테이지들의 문에 맞는 열쇠를 찾아 통과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되며, 몇 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보스가 등장하는 플랫포머 게임의 기본을 따른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이템의 입수 여부에 따라 엔딩에 분기가 일어나 비교적 짧은 플레이 타임(죽어서 다시 시작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보통은 4~5시간 이내에 클리어가 가능할 것이다)을 보완해 주기도 한다.

각종 트랩을 뚫고 열쇠를 얻어 문을 여는 것이 목표

다만, 분위기 정도를 제외하면 이 게임에 좋은 인상을 받기가 어려웠다. 일단 스위치 버전으로 이식하면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건지, 게임 기동 시의 로딩이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엄청나게 길다(30초는 우습게 넘는다). 또, 게임 오버가 될 때마다 스위치의 계정을 다시 물어오는 데다, 게임을 진행한 데이터가 있어도 항상 새 게임에 커서가 있고 잘못 눌렀을 경우 다시 돌아가려면 게임을 시작한 다음 나가거나 재기동을 해야 하는 자잘한 불편함도 있다. 스킬 사용을 위한 영혼 분배 인터페이스도 알아보기 어렵고, 매번 버튼을 눌러야 하고 돌이킬 방법도 없다. 층 이동 시의 인터페이스도 UP과 DOWN이 잘못 표기된 경우도 종종 있었고, 소프트웨어 강제 종료 빈도도 굉장히 높아서 플레이 의욕을 갉아먹기도 했다. 인간 타입과의 전투 시에는 은신으로 반드시 스턴 상태를 만든 다음에만 공격할 수 있는데, 은신의 반응이 미묘하게 느려서 대미지를 입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은신의 지속 시간도 짧은 편이라 미리 은신하고 갈 수도 없기에 결국은 귀찮기만 한 시스템으로 전락하고 만다. 정찰이나 트랩을 피하거나, 적을 통과하는 등의 용도로만 쓰게 했다면 차라리 좀 더 활용 폭이 넓었을 것 같다.

이 부분도 왼쪽 끝에 살짝 걸칠 정도로 기둥을 옮겨 놓고 바로 점프로 넘어간 다음 최대한 빨리 오른쪽으로 계속 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사망

이 게임은 플랫포머 액션 게임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죽으면서 외우는’ 타입의 액션 게임이다. 이런 타입의 게임들은 그래도 보통 체크 포인트와 세이브 포인트 등에는 어느 정도 여유를 주는데 비해, 이 게임은 상당히 긴 편인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체크 포인트가 하나뿐이다. 대부분의 트랩이 즉사(or 추락사) 임에도 대부분 아무런 전조 없이 등장하는 데다, 꽤 오래 달려서 피해야 하는 트랩들의 경우는 살짝만 삐끗해도 사망이라 스트레스가 급상승. 전체적으로 레벨 디자인이 굉장히 악의적이라는 느낌밖에 받을 수 없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레벨에서는 악의가 정말로 빛을 발하기도 했다(높은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고 했더니 하염없이 추락해 사망하는 등. 전조가 없기 때문에 죽는 것 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외에도 뛰어내릴 수밖에 없는 곳에서도 한참을 떨어져 보니 발판이 한 칸밖에 없어서 다른 곳을 선택하면 무조건 죽는다거나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게임은 잔기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잔기가 모두 떨어지면 기껏 체크 포인트까지 왔었다 해도 세이브한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스테이지 도중 세이브 불가). 이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잔기가 1이 남은 상황이었다면 이걸로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이럴 때는 한 번씩 죽을 때마다 계정 선택 - 세이브 파일 선택 - 게임 시작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기보다 쾌적한 플레이를 방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스테이지 상의 기믹들도 한 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어서 죽고 다시 하는 수밖에 없는 것들이 꽤 많이 존재하는 것이 문제(폭탄으로 벽과 바닥을 파괴해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한 칸만 잘못 터트려도 앞으로 갈 수 없게 되는 등).

슈뢰딩거의 루나. 떨어져 보기 전에는 생사여부를 알 수 없다

보스 전의 난이도 조절도 실패한 느낌이다. 아예 연타만 하고 있으면 끝나는 보스도 있고, 부조리할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보스도 존재한다(특히 3스테이지 보스의 경우는 어느 정도는 운이 따라줘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패턴이 악랄하다). 퍼즐 요소의 경우도 스테이지 시작이나 문 앞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쇠 모양과 똑같은 열쇠를 찾는 것이 대부분이라, 실제로는 어려운 트랩을 돌파하는 액션 게임이다.

이 외에도 그림 한 장으로 표현된 튜토리얼은 굉장히 불친절했고, 이벤트 장면도 스토리를 대략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어서 몰입도 또한 그리 높지 않았다. 튜토리얼과 스토리 모두 어느 정도는 텍스트를 추가하는 편이 어땠을까. 휴대 모드로도 같은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데, 결정적으로 진동이 쓸데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한 것이 문제(몇 개의 컨트롤러로 시험해 보았는데, 조이콘이 제일 강렬해서 휴대 모드 플레이 시의 체감이 가장 나빴다). 본체 옵션에서 아예 꺼버리는 것 말고는 조절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쪽은 확실하게 진동을 약하게 하거나 옵션에 설정을 추가해 주는 등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해서 굳이 모든 걸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이벤트 장면은 설명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레벨

장점

  • 처녀귀신을 활용한 독특한 분위기
  • 다양한 스테이지

단점

  • 쓸데없이 불편한 인터페이스
  • 알아보기 어려운 튜토리얼과 이해하기 힘든 이벤트 장면
  • 부조리하게 느껴질 정도의 난이도

평결

전체적으로 요소마다 아쉬운 점이 있는 게임으로, 1인 개발이자 첫 작품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를 기대해 볼 만하다. 자잘한 불편함과 자비 없고 악의적인 트랩들이 플레이 욕구를 갉아먹으므로 액션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은 경험이 될 확률이 높지만, 레트로 스타일 플랫포머 게임을 좋아하고 액션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플레이해 봐도 괜찮을 타이틀.

이 글의 콘텐츠

언데몬

WEST SUN | 2021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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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몬 리뷰

5
Mediocre
레트로 스타일로 펼쳐지는 만만 하지 않은 난이도의 복수극
언데몬